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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우주에서 왔다.
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.
우주에 존재하니까, 당연히 나를 구성하는 입자는 우주에서 왔겠지.
그리고 먼 훗날 내가 죽는다 할지라도, 나를 구성하는 입자가 사라지진 않는다.
화장을 하든 땅에 묻든 동물이 먹어치우든 부패하든 어쨌거나 저쨌거나 입자는 남아있다.
그럼 나는 우주의 최초부터 끝까지 영원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?
PC 본체가 있다. PC를 켜서 1GB짜리 게임을 다운로드받았다. 그리고 PC를 껐다.
PC의 저장소 안엔 1GB만큼의 크기를 차지하는 게임이 있을 것이다.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, 본체를 들어올렸을 때 더 무겁다는 느낌이 들진 않을 것이다.
다시 PC를 켜서 1GB짜리 게임을 완전히 삭제했다. 그리고 PC를 껐다.
PC의 저장소 안엔 1GB만큼의 여유 공간이 생겼다.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, 본체를 들어올렸을 때 더 가볍다는 느낌이 들진 않을 것이다.
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, PC 본체의 입자가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고. 입자는 모두 그대로 있다.
그럼 내가 게임을 지우고도 PC 안에 게임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? 그건 어려울 것 같다.
PC 본체를 우주, 1GB짜리 게임을 나라고 생각해보면, 우주 안에는 분명 나를 구성하는 입자가 영원히 존재하지만,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영원히 존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. 그러니까, '나'는 입자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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